나는 네가 더 아프다.-김상미
김 상 미 온몸에 구름 끼고 비 내리고 바람 부는 날은 수 많은 창문들도 함께 울고, 흔들리다, 깨어진다. 그런 날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균열 또한 골이 깊어 아무리 꽃다웠던 순간들도 모두 불명예가 되어 찢어진다. 온 세상 자욱한 저 검은 연기들을 보라. 책상과 창문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우리가 내뱉은 문장들이 천국과 지옥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대지를 더럽히고 있다. 그런데도 하늘은 백년 전과 똑같이 파랗고, 사랑에 빠진 나는 새 종이 위에다 글을 쓴다. 한 사람 때문에 내부가 점점 팽창하는 게 사랑이라면.. 이미 나는 사랑을 맛보았다. 커다란 스포츠 백에 책만 가득 넣고 다니는 사람. 창가에 와 우짖는 작은 새도 그를 희망이라 부르고 떠나는데 본성이 물고기인 나는 숨쉬기 위해 더 깊은 바다로 자맥질해 들어..
2008.02.14